연말이 되면 방송가에서는 연기대상, 연예대상 등을 통해 가장 주목받았던 작품이나 스타들을 조명하며 한 해를 결산하곤 합니다. 방송이 끝난 후에는 시상식을 빛낸 연예인들의 축하 무대나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되기도 하고요. 여러분의 2022년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장 빛났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포켓단과 함께 2022년을 마무리하고 토끼의 해 2023년을 맞이하기 위해 20번째 트렌드 조사는 ‘연말 결산‘과 ‘새해맞이‘를 주제로 기획했습니다 (N=1,000). ‘연말 결산’하면 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만큼 지출 및 소비, 결제 수단과 같은 다양한 내용을 다루었고, 나아가 요즘 핫한 간편 결제 서비스에 대한 NPS 조사까지 엮어서 진행했답니다.
만 나이 통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복잡한 나이 계산법
만 나이, 연 나이, 세는 나이, 빠른년생, 음력 생일…
예로부터 나이는 한국 사회에서 인간 관계의 서열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나이를 계산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예컨대 운전 면허 취득, 음주 및 흡연, 선거 참여 등이 허용되는 법정 연령은 만 나이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관계에서는 올해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연 나이와 출생한 시점부터 1세로 취급하고 매년 1월 1일 한 살씩 증가하는 세는 나이가 통용되고 있습니다.
나이 계산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2003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은 전년 3~12월 출생자들과 이듬해 1~2월 출생자들이 취학을 같이 하는 관례가 존재함에 따라 이른바 빠른 생일자들과 사회에서 만나면 취학연도를 기준으로 동갑내기로 관계를 맺기도 하고, 세는 나이를 적용하여 한 살 차이가 나는 사이로 지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빠른 생일자들은 우스갯소리로 족보 브레이커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한편 양력 생일과 출생 연도가 다른 음력 생일을 챙기는 사람의 경우 사회적 나이를 계산하기가 곤란할 수 있습니다.
끊이지 않는 나이 논쟁
만 나이 통일을 반기는 여론
출처: 법제처
어떤 상황에, 어떤 나이를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가 있다 보니 대면 관계에서도, 온라인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이 논쟁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과거에 비해 그 중요성이 감소하고 있다고는 하나, 우리나라에서 나이는 여전히 호칭을 정리하고 인간 관계를 정립하는 데 중추적인 정보이기에 셈법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걸 거예요.
나이로 인한 혼란을 경험해 본 탓일까요? 2022년 9월 법제처가 실시한 국민의견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6,394명의 81.6%가 만 나이 통일법 추진을 위한 민법 및 행정기본법 개정안이 신속하게 처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올해 6월부터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이 만 나이로 일원화된다고 하니 이들이 무척 반가워할 것 같습니다.
만 나이 통일에 시큰둥한 10대
한 살이라도 어려지고 싶은 vs 어려지기 싫은 마음
포켓단 10명 중 7명(72.7%)도 만 나이 통일에 대해 찬성한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흥미롭게도 전체 연령대 중 10대 응답자 그룹에서만 만 나이 통일에 반대하는 비율(62.4%)이 높게 나왔습니다. 어린 시절, ‘어른이 되면 꼭 …할 거야!’라고 다짐했던 기억, 갖고 계신가요? 만 나이로 통일하면 현재보다 최대 2살까지 어려질 수 있는데요. 20대 이상인 사람들은 한 살이라도 어려지고 싶어하는 반면, 미성년자인 10대들은 하루빨리 성인이 되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새해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새해가 기대된다고 밝힌 포켓단 675명 중 30.4%는 ‘특별한 변화/계획이 있어서’, 27.6%는 ‘새롭게 출발할 예정이어서’ 2023년을 희망차게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전자와 관련된 주관식 답변을 확인해보니 2023년에 제대를 앞두고 있는 군인, 결혼을 계획 중인 예비 부부, 승진을 목전에 둔 직장인 등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은 정말로 특별한 변화/계획을 꾀하고 있는 만큼 디데이를 목이 빠지게 기다릴 것 같네요.
‘처음’에 +@의 의미가 부여되는 이유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
평소와 다름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1월 1일은 새로운 연도의 첫 날이라는 이유로 각별한 대우를 받습니다. 특별히 새해 첫 해돋이를 감상하기 위해 꼭두새벽에 일어나거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해는 매일 뜨고 지는데도 말이에요.
2023년 1월 1일, 강릉을 찾은 관광객은 30만명이나 되었습니다(출처: 강원도민일보). 강릉은 인기 일출 명소인 경포 해변과 정동진이 있는 지역이지요.
참고로 같은 날, 국내에서 해돋이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독도에서는 오전 7시 26분에 해가 모습을 나타냈다고 합니다(출처: 한국천문연구원).
경제학에는 특정한 재화에 대한 소비를 거듭할수록 주관적인 만족도가 감소한다는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갖고 싶던 것을 처음으로 손에 넣었을 때의 강렬한 설렘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무심해지는 현상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텐데요. 이는 첫인상, 첫걸음, 첫사랑, 첫 직장 등등 똑같은 대상이나 경험이더라도 흔히들 ‘처음’인 것에 의미를 더 부여하게 되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어두운 경제 전망
경제성장률은 ▼, 체감경제고통지수는 ▲
새해가 기대되지 않는다고 답한 포켓단 325명 중 36.0%는 ‘경제가 좋지 않아서’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불경기에 대한 포켓단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국내외 주요 경제/금융 기관들은 한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을 2.0% 이하로 발표했습니다. 경제성장률은 한 나라가 경제적으로 이루어낸 결과를 한눈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1%p만 감소해도 신생 기업 수 8천개, 취업자 45.1만명, 가계 월평균 소득 10만원이 줄어들고 가계 금융 부채가 657만원, 빈곤 인구가 14.9만명 늘어날 위험이 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한국경제연구원).
1990년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0% 밑으로 떨어진 때는 세 번(1998년 외환 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뿐입니다. 모두 손에 꼽히는 중대한 위기였는데요. 2023년에도 그토록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하니 사태의 심각성이 느껴집니다.
출처: 전국경제인연합회
연령대별 체감 실업률과 체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살펴보아도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는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연령대별로 산출한 수치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전반적으로 상승했고 2022년 상반기까지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15~29세가 경제적 어려움을 크게 체감하고 있는데, 청년층이 주로 소비하는 부문의 급격한 물가 상승, 좁은 취업문 및 양질의 일자리 부족,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대출 금리 인상 등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출처: 전국경제인연합회).
새해엔 여행을 떠나요
고려 중인 여행지는 국내 또는 다른 아시아 국가
엔데믹 시 가장 하고 싶은 활동 1위, 여행 (2021)
여행은 2021년 새해에 실시했던 트렌드 조사(T.I.P ＃4)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 1위로 뽑혔던 활동입니다. 그로부터 2년의 시간이 흐른 올해, 포켓단에게 여행 계획 유무을 묻자 41.5%가 확실하게 ‘있음’을, 38.7%가 ‘아마도’를 선택했습니다. 이들 802명 중 46.0%는 국내를, 41.8%는 기타 아시아 국가를 여행지로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던 팬데믹 초기, 필수불가결하지 않은 이동을 하거나 국경을 넘나드는 데에는 엄청난 제약이 따랐고 많은 이들이 여행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은 한국관광통계입니다. 2019년 해외로 떠난 국민들은 2천 8백만명에 육박했는데 2020년 4백만명, 2021년 1백만명대로 급감하면서 각각 -85.1%, -71.4%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린 2022년, 오랫동안 참아왔던 해외 여행 욕구가 분출되면서 국민 해외여행객은 5백만명대로 증가, 376.5%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달성했습니다.
한국인이 많이 방문한 여행지 TOP5
in 국내 & 아시아
출처: 한국문화관광연구원(2021)
그렇다면 포켓단이 가장 여행하고 싶어하는 우리나라와 기타 아시아 국가 중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여행한 지역은 어디일까요? 2021년 상위 5개 국내 여행 지역은 바로 경기, 강원, 경남, 경북, 전남이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한 아시아 국가는 1위 베트남(56만명) – 2위 일본(55만명) – 3위 태국(40만명) – 4위 필리핀(32만명) – 5위 싱가포르(18만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관광 데이터랩/2022년 1~11월 기준).
연말연시 모임 들여다보기
연말 모임 빈도, 작년과 비슷하거나 증가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첫 연말, 우리의 뉴 노멀(new normal)*
지난 해와 비교할 때 연말 및 신년 모임 빈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 포켓단의 절반 정도(49.1%)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 두어야 했던 코로나19 유행도 어언 3년차, 안전한 모임을 위해 덜 붐비는 장소를 찾거나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뉴 노멀(new normal)에 적응했기 때문에 현상 유지가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응답은 모임 빈도가 증가(31.3%)했다는 것인데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된 연말이어서 그동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면 만남을 자제해오던 사람들도 모임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새로운 표준’이라는 의미로 본래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펼쳐진 저성장, 저금리, 고규제 경제 환경을 가리키는 용어이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사회를 통칭하기도 함(출처: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연구원)
모임 비용은 공평하게 1/n
더치페이의 보편화
포켓단 대다수(84.5%)는 자기 몫은 자기가 부담하는 1/n 방식으로 모임 비용을 부담하고 있었습니다. 모임 비용을 본인(8.4%)이나 다른 누군가 (3.6%)가 더 많이 내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이 같은 응답 분포는 성별, 연령대와 무관하게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즉, 돈을 나누어 내는 더치페이 문화가 보편화된 것입니다.
더치페이에 대한 대중들의 긍정적인 인식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2022년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조사(N=1,000)에서는 더치페이에 대해 ‘깔끔하고 합리적(89.0%)’이며, ‘간편(86.0%)’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더치페이 확산과 더불어, 분할 결제를 도와주는 간편 결제 서비스나 카드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요. 신한플레이의 더치페이 요청하기, 카카오페이의 1/n 정산하기가 그 예입니다. 한 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도 모임 및 회식 자리에서 연장자나 상급자가 한턱내는 일이 흔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광경은 보기 어려울 것 같군요.
한 해의 마무리는 특별하게
연말엔 케이크, 선물, 외식이 필수
이벤트성 소비 TOP3
포켓단이 연말연시를 즐기기 위해 특별히 소비하는 항목 TOP3에는 케이크(45.0%), 선물(39.7%), 외식(34.9%)이 올랐습니다. 케이크와 선물이 생일이나 기념일 위주의 이벤트성 소비재임을 감안하면, 사람들이 연말연시를 그만큼 특별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 슈톨렌(좌), 파네토네(우) / 출처: Freepik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케이크는 프랜차이즈 빵집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점차 호텔 제과점, 케이크 전문 카페, 개인 빵집에 이르기까지 생산자 수만큼 종류와 가격대도 다양해졌습니다. 이제는 독일의 슈톨렌, 이탈리아의 파네토네 같은 유럽 전통 케이크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화려하고 정성스럽기로 이름난 호텔 케이크들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연말마다 예약 대란이 일어납니다. 2022년 최고가로 알려진 케이크는 서울신라호텔의 얼루어링 윈터와 조선팰리스의 화이트트리 스페셜이었는데요. 두 제품의 소비자 판매 가격은 25만원이었습니다.
사진/출처: 얼루어링 윈터/신라호텔(좌), 화이트트리 스페셜/조선호텔앤리조트(우)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곳곳에서 반짝거리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볼 수 있고, 캐롤도 들을 수 있죠. 본래 성탄절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날인데 언제부터인가 종교적인 색채는 옅어지고, 연말을 장식하는 만인의 축제로 자리잡은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성탄절 전후로 평소엔 잘 가지 않던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기분을 내기도 하고,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며 소개팅을 하기도 하죠. 또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간절히 기다리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소중한 사람들과 선물을 주고받는 재미에 빠진 어른들도 있을 거예요. 2020년 겨울 시행한 트렌드 조사(T.I.P ＃3)에서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소중한 사람을 위한 선물을 준비할 때 ‘정성과 특별한 의미‘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답했습니다. 2022년 연말, 여러분은 소중한 사람을 위해 어떤 정성과 특별한 의미가 담긴 선물을 준비하셨나요?
내맘대로 2022년 연말정산
먹보의 민족답게 ‘식(食)’에 압도적인 지출
2022년 한 해 동안 포켓단은 식재료 구입, 배달 음식 주문, 식당 방문 등 ‘식(食)(72.7%)’에 가장 돈을 많이 썼습니다. 뒤이어 ‘여가·문화 생활(23.6%)’과 가방, 액세서리, 옷 쇼핑을 포괄하는 ‘의(衣)(23.2%)’에도 지출을 많이 했습니다. ‘금융(보험, 투자, 대출금 상환 등)’ 분야나 월세처럼 액수가 큰 ‘주(住)’에 지출을 많이 했을 줄 알았는데 다소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음식에 진심인 민족이니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일을 표현할 때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안부를 물을 때도 ‘밥은 먹었어?’, 좋은 일을 비유할 때도’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다음을 기약할 때도 ‘언제 밥이나 먹자’와 같이 항상 음식을 연루시키곤 하잖아요.
3대 소비 영역 중에서 ‘식(食)’과 ‘의(衣)’에는 모든 연령대가 비슷한 패턴을 보였지만 여가·문화는 달랐습니다. 여가·문화에 많이 지출했다는 응답은 10대(32.9%) – 20대(26.9%) – 30대(25.5%) – 40대(18.3%) – 50대 이상(14.1%)로, 연령대와 반비례하는 경향이 발견되었거든요.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본인 말고도 챙겨야 할 식구들이 있거나 여가·문화보다 집중하게 되는 소비 영역이 생길 확률이 높죠.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은 여가·문화를 소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2022년 포켓단이 세 번째로 많이 지출한 영역은 ‘의(衣)’입니다. 국내 패션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팬데믹 초창기에는 외출이나 만남의 기회가 줄어들어 의류 소비자가 급감했다가 2021년부터는 소비 심리가 회복되면서 국내 패션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로 전환되었다고 합니다 (출처: 한국섬유신문). 사람들이 다시 의류 쇼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진정한 일상 회복의 조짐이 아닐까요?
진화하는 결제 수단
체크카드 > 신용카드 > 간편 결제
현금이 사라져가는 사회
포켓단은 일상에서 돈을 낼 때 실물 체크카드(39.6%), 실물 신용카드(26.6%), 간편 결제(21.6%)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대금이 즉시 지급되는 체크카드에 의존하는 데 반해, 연령대가 높을수록 신용카드로 대변되는 후불 결제 수단을 활용하는 경향을 띠었습니다. 이는 연령대별 경제적 자유도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이용 빈도 상위 결제 수단들이 전통적인 지불 수단인 현금보다 자주 사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전과 지폐 대신 신용카드, 간편 결제와 같은 비현금 지급 수단으로 값을 치르는 ‘현금 없는 사회‘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지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현금 이용 비중은 건수로 보나 금액으로 보나 감소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1년 한국은행이 집계한 결제건수의 21.6%만이 현금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를 2013년 41.3%, 2015년 36.0%, 2019년 26.4%과 비교하면, 지급 수단으로써 현금의 활용도가 얼마나 낮아지고 있는지 좀더 실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비현금 결제 방식은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해외에서는 애플, 아마존, 월마트 등의 기업들이 고객들이 현금 없이 결제하도록 하는 실험을 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현금 없는 매장을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반드시 현금을 지니고 방문해야 했던 재래시장이나 노점에서도 계좌 이체나 지역 화폐를 통한 결제를 수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백화점이나 편의점에서는 거스름돈을 계좌로 입금해 주기도 하고요. 현금을 받지 않는 대중교통도 생겼습니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요금함이 없는 버스 노선을 18개 운행하고 있는데, 현금 없는 버스에 탑승하려면 실물/모바일 등록한 교통 카드를 찍거나 계좌 이체로 요금을 내야 합니다.
현금 없는 사회의 명암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차근차근
비현금 지급 방식은 실물 결제 수단을 따로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편리하고, 도난의 위험이 적습니다. 비대면으로 결제할 수 있어 위생적이기도 하고요. 현금 없는 사회에서는 은행 지점 및 ATM을 축소 운영할 수 있고, 국가적으로는 화폐를 제조/유통 및 관리/회수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효율적이기도 합니다. 언뜻 보면 장밋빛으로 가득한 결제 수단의 진화입니다.
그러나 현금 없는 사회로 급격하게 전환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20년 한국은행 보고서에 의하면, 빠르게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한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 등지에서는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벽지 지역 거주자와 같은 취약 계층이 금융 및 소비 활동에 제약을 받는 현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했습니다. 해당 국가들은 국민들의 현금 사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홍보를 진행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은행에 입출금 서비스 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차근차근 현금 없는 사회를 준비하여 누구도 소외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간편 결제 서비스는 네이버페이 & 삼성페이
10대들에게만 잘 알려진 토스페이
간편 결제는 카드 및 통장 정보를 앱이나 웹에 저장하고 실물 없이 간단한 인증(예: 비밀번호 입력, 생체 인식)만으로 결제하는 방식을 지칭합니다. 간편 결제 서비스들은 대개 ‘OO페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간편 결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서비스로는 네이버페이(35.5%), 삼성페이(31.6%)가 투톱을 차지했습니다. 다소 큰 격차로 카카오페이(10.8%), NH페이(6.7%), 토스페이(3.2%)가 뒤를 좇고 있습니다.
몇몇 간편 결제 서비스의 최초 인지도는 연령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네이버페이는 고연령층이, 카카오페이와 토스페이는 저연령층이 비교적 잘 연상하는 편이었습니다. 특히 토스페이는10대 사이에서만 두 자리 최초 인지도를 기록했습니다. 타 연령대 그룹에서는 최초 인지도가 한 자릿수일 뿐만 아니라 50대 이상은 누구도 토스페이를 먼저 떠올리지 않았습니다.
간편 결제 시장의 눈부신 성장
전자금융업자 서비스의 강세
간편 결제 서비스 시장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6년 645억원에 불과했던 일 평균 간편 결제 금액은 2022년 상반기에만 열 배가 넘는 7,231억원에 이르렀습니다. 동 기간, 휴대폰 제조사와 금융 회사의 간편 결제 서비스 공급 비중은 각각 제자리걸음, 감소했습니다. 이와 달리 전자금융업자가 제공하는 간편 결제 서비스는 점차 늘어나다가 2019년 이후로 급증, 2022년 상반기에는 50.4%의 비중에 도달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덧붙이자면, 전자금융업자에 속하는 간편 결제 서비스에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페이가 있습니다. 삼성페이는 휴대폰 제조사(삼성), NH페이는 금융 회사(농협)의 간편 결제 서비스입니다.
간편 결제 이용 경험
최근 1년 간편 결제 이용률 87.4%
가장 많은 미이용 사유는 ‘귀찮아서’
전체 응답자의 무려 87.4%가 최근 1년 이내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보았다고 답했습니다. 간편 결제 서비스는 2014년 하반기부터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출처: 한국지급결제학회). 그러니까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소비자 대부분이 경험한 결제 방식으로 자리잡은 것이지요. 그럼에도 여전히 새로운 결제 방식과 거리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이들이 간편 결제를 이용하지 않는 까닭은 ‘새로 가입하기 귀찮아서(49.2%)’와 ‘기존 결제 방식이 익숙해서(34.9%)’입니다.
사람들이 찾던 것만 찾고, 쓰던 것만 쓰게 되는 원인은 전환 비용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 관점에서의 전환 비용은 브랜드, 제품, 서비스, 공급자를 바꿀 때 소요되는 비용으로, 다른 말로는 전환 장벽으로 불립니다(출처: CFI Education). 전환 비용을 계산할 때에는 금전적인 측면뿐 아니라 시간, 노력, 심리적 에너지와 같은 무형의 요소도 따져 보아야 합니다. 간편 결제의 장점을 누리기 위해서는 서비스에 가입하는 번거로움과 새로운 지불 방식을 학습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합니다. 이러한 전환 비용이 늘상 이용하는 결제 방식에 별다른 불만이 없는 소비자들에게는 과하게 느껴져 간편 결제를 새롭게 시도하는 데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이지요.
전환 비용이 뭐길래
비효율적인 쿼티 자판의 승리
전환 비용을 충분히 낮추지 못하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기 어렵습니다. 설사 신제품의 성능이나 신규 서비스가 주는 효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고 하더라도요.
오늘날 PC 키보드의 표준이 된 쿼티는 타자기가 상용화되었던 19세기에 개발되었기 때문에 현대식 컴퓨터 자판에 최적화된 구조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 세기 뒤에 출시된 드보락 자판이 최소한의 손가락 움직임으로 타자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배열임이 판명되었죠. 그 후로도 계속해서 타자 효율성이 높은 다양한 키보드들이 발명되었지만, 쿼티 사용자들의 전환 장벽을 뛰어넘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현금 없는 사회의 흐름을 타고 퍼져 나가고 있는 간편 결제 서비스는 점점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만인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기를 원한다면 간편 결제 가입 절차 간소화, 이용 방법 교육 등을 통해 전환 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간편 결제가 제공하는 편익이 전환 비용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판단이 서면,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테니까요.
지갑 없이 신속하게 계산하는 장점
간소화된 인증 절차가 한몫
1년 이내 간편 결제 경험이 있는 포켓단 874명은 ‘지갑을 챙기지 않아도 돼서(46.8%)’, ‘신속하게 결제할 수 있어서(40.8%)’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이 두 가지를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간편 결제의 최대 특장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물을 제시하지 않고 결제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데에는 간소화된 인증 절차의 역할이 큽니다.
간편 결제에서 인증은 결제 권한자가 사전에 등록해 둔 정보와 결제 요청자의 그것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안전 장치입니다. 결제의 편리함을 위해 거래의 안전성을 포기해서는 안되니까요.
출처: Mastercard
오래 전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인증 방식은 은행 계좌를 이용할 때처럼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교통카드를 찍을 때처럼 기기의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 무선 통신) 기능을 활용하여 태깅하는 것일텐데요. 그 외에도 QR 코드를 스캔하거나 지문, 홍채, 음성과 같은 생체 정보를 인식시키는 식으로 인증 방법은 다변하고 있습니다. 본인 식별에 사용되는 생체 정보의 종류 역시 사용자의 미소 짓는 모습(마스터카드 ‘SmiletoPay’), 손바닥 정맥(롯데카드 ‘HandPay’), 안면 전체(신한카드 ‘FacePay’) 등으로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과반수가 가능한 한 자주 이용하는 간편 결제
연령대 높을수록 혜택에 민감
응답자의 과반수는 ‘이용할 수 있을 때마다(57.4%)’ 간편 결제를 한다고 답했습니다. 간편 결제 서비스에 발을 들인 소비자들은 다른 결제 수단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간편 결제를 진득하게 이용하나 봅니다.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을 얻은 간편 결제 이용 상황은 ‘할인 등 혜택이 주어질 때(28.1%)’였습니다. 해당 응답은 연령대에 비례하여 높아졌는데, 이는 나이가 많은 사용자일수록 포인트 적립, 가격 할인 등 간편 결제 서비스와 연계된 혜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아직까지 국내 공급자밭인 간편 결제 업계
애플페이 출시 후에는..?!
이번 간편 결제 서비스 NPS 조사 대상은 총 20개(네이버페이, NH페이, 배민페이, 삼성페이, 스마일페이, 신한플레이, SSG페이, SK페이, L.페이, LG페이, 우리페이, 1Q페이, 제로페이, 차이, 카카오페이, KB페이, 쿠페이, 토스페이, 페이북/ISP, 페이코)입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 뿌리를 둔 공급자들의 영향력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겠습니다. 페이 전쟁이라고 불릴만큼 간편 결제 서비스 간의 경쟁이 치열한 데다, 조만간 애플이 애플페이로 한국의 간편 결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의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10%대에 불과하지만 마니아층이 아주 탄탄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에 애플페이가 진출하면, 80%가 넘는 스마트폰 점유율을 바탕으로 갤럭시 사용자들 사이에서 선전하고 있는 삼성페이의 매력도가 떨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출처: Businesskorea/2022년 3분기 기준). 적지 않은 수의 포켓단도 ‘향후 가장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간편 결제 서비스’로 애플페이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애플페이가 출시된 후에 국내 간편 결제 서비스 시장이 어떻게 재편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